알기 쉬운 경제 9탄 : 시장 구조와 기업 행동 - 경쟁은 어떻게 가격을 결정하는가?
지난 8편에서는 국가 간의 거래인 '국제 무역'과 그 가격표 역할을 하는 '환율'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거시 경제의 큰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이제 시선을 국가 단위에서 개별 시장과 기업 단위로 옮겨,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경제 활동의 원리를 더 깊이 들여다볼 차례입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식당, 통신사, 주유소, 편의점은 모두 다른 방식으로 경쟁하고 가격을 매깁니다. 왜 어떤 시장은 가격 경쟁이 치열하고, 어떤 시장은 몇몇 기업이 가격을 좌우할까요? 그 비밀은 바로 '시장 구조(Market Structure)'에 있습니다. 이번 9편에서는 시장의 종류에 따라 기업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가격을 결정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시장 구조란 무엇일까요?
시장 구조란 특정 시장의 경쟁적인 환경과 특징을 의미합니다. 이는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의 수, 그들이 판매하는 상품의 종류, 새로운 기업의 진입 용이성 등에 따라 결정됩니다. 시장 구조는 그 안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의 가격 결정 방식, 생산량, 마케팅 전략 등 경영 행동 전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마치 게임의 '규칙'처럼, 시장 구조는 기업들이 어떤 전략을 사용해야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는지를 규정합니다.
2. 4가지 대표적인 시장 구조
경제학에서는 시장 구조를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합니다. 바로 완전경쟁, 독점적 경쟁, 과점, 그리고 독점입니다. 각 시장의 특징을 표로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 구분 | 완전경쟁 | 독점적 경쟁 | 과점 | 독점 |
|---|---|---|---|---|
| 기업의 수 | 매우 많음 | 많음 | 소수 | 하나 |
| 상품의 종류 | 동질적 (차이 없음) | 차별적 (디자인, 브랜드 등) | 동질적이거나 차별적 | 독특함 (대체재 없음) |
| 진입 장벽 | 없음 (매우 낮음) | 낮음 | 높음 | 매우 높음 (진입 불가) |
| 가격 결정력 | 없음 (Price Taker) | 약간 있음 | 상당히 있음 | 매우 강함 (Price Maker) |
완전경쟁시장 (Perfect Competition)
완전경쟁시장은 수많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존재하며, 거래되는 상품이 완전히 동일하고, 시장 진입과 이탈이 자유로운 이론적인 시장 모델입니다. 이 시장의 개별 기업은 시장 가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어 주어진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가격 수용자(Price Taker)'가 됩니다. 현실에서 완벽한 완전경쟁시장을 찾기는 어렵지만, 쌀이나 주식 시장처럼 수많은 공급자와 표준화된 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이 이에 가깝습니다.
독점적 경쟁시장 (Monopolistic Competition)
독점적 경쟁시장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시장 형태입니다. 다수의 기업이 존재하지만, 각 기업은 디자인, 브랜드, 서비스, 위치 등을 통해 자신의 상품을 다른 기업의 상품과 차별화 합니다. 이 차별화 덕분에 기업은 자신만의 단골 고객을 확보하고 제한적인 가격 결정력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비슷한 대체재가 많아 경쟁은 여전히 치열합니다.
사례로 알아보기: 동네 카페 거리
한 거리에 여러 카페가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모든 카페는 '커피'라는 동일한 품목을 팔지만, A 카페는 아늑한 인테리어, B 카페는 특별한 원두, C 카페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웁니다. 이처럼 각 카페는 자신만의 특징으로 경쟁하며, 소비자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카페를 선택합니다. 이것이 바로 독점적 경쟁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과점시장 (Oligopoly)
과점시장은 소수의 거대 기업이 시장의 대부분을 지배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높은 초기 투자 비용이나 정부 규제 등으로 인해 진입 장벽이 매우 높습니다. 과점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 간의 '상호의존성' 입니다. 한 기업의 가격 인하 결정이 즉시 경쟁사의 매출에 타격을 주므로, 기업들은 상대방의 반응을 예측하며 전략적으로 행동합니다. 이 과정에서 치열한 가격 전쟁이 벌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암묵적으로 가격을 담합(카르텔)하려는 유인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독점시장 (Monopoly)
독점시장은 단 하나의 기업만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시장입니다. 대체할 만한 상품이 없고 진입 장벽이 극도로 높아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날 수 없습니다. 독점 기업은 시장의 유일한 공급자로서 가격과 공급량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가격 설정자(Price Maker)'의 지위를 누립니다. 독점은 기술력(특허), 정부의 허가(전기, 수도), 혹은 막대한 규모의 경제(자연독점)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3. 시장 구조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
시장 구조는 기업의 이윤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후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일반적으로 경쟁이 치열할수록 소비자에게 유리합니다.
독점이나 과점 시장은 자칫 높은 가격과 낮은 품질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는 시장의 경쟁을 공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운영합니다. 이를 '경쟁정책' 또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이라고 부릅니다.
4. 정부의 역할: 공정 경쟁 촉진
정부(한국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통해 시장 질서를 유지합니다.
- 독점 금지 및 제한行為 규제: 기업들의 담합, 가격 담합, 시장 분할 등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제재합니다.
- 집중 규제: 기업 합병이나 인수합병이 시장 경쟁을 해칠 경우 이를 사전에 규제합니다.
- 불공정 거래 행위 금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감시하고 제재합니다.
- 공정 라벨링 및 광고 감시: 소비자를 기만하는 허위 표시나 과대광고를 금지합니다.
9편 핵심 정리
시장 구조는 시장의 경쟁 강도를 결정하는 틀이며, 완전경쟁, 독점적 경쟁, 과점, 독점의 네 가지로 나뉩니다. 이 구조에 따라 기업의 가격 결정력과 경쟁 전략이 달라집니다. 완전경쟁에 가까울수록 가격은 낮아지고, 독점에 가까울수록 가격은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독점적 경쟁은 우리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며, 과점은 치열한 전략적 경쟁을 낳습니다. 정부는 공정거래법을 통해 독과점의 폐해를 막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여 소비자 이익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다음 10편에서는 경제의 순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인 '시장 실패'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