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경제 11탄: 대분기 시대의 서막 - 2025년, 세계 중앙은행의 엇갈린 통화정책

세계 중앙은행의 엇갈린 통화정책

알기 쉬운 경제 10: 대분기 시대의 서막 - 2025년, 세계 중앙은행의 엇갈린 통화정책

1. 서론: 동기화의 종말, 각자도생의 시작

2022년부터 전 세계를 휩쓴 가파른 인플레이션에 맞서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였다. 기준금리를 경쟁적으로 인상하며 '긴축의 시대'를 열었던 것이다. 하지만 2025년, 글로벌 통화정책의 풍경은 180도 달라졌다. 인플레이션이라는 공동의 적이 어느 정도 통제권에 들어오자, 각국의 경제 상황과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중앙은행들이 각자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이른바 '통화정책 대분기(The Great Divergence)' 시대의 서막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끈질긴 인플레이션 압력에 신중한 금리 인하를, 유럽중앙은행(ECB)은 안정된 물가에 기반한 자신감 있는 완화 정책을, 그리고 일본은행(BOJ)은 수십 년간의 디플레이션 터널을 벗어나 역사적인 긴축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탈동조화 현상은 각국 경제의 회복 속도 차이뿐만 아니라, 미국의 강력한 관세 정책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만들어 낸 복잡한 결과물이다. 본 글에서는 2025년 말 현재,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처한 각기 다른 현실과 그들의 엇갈린 정책 방향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자 한다.

2. 미국의 딜레마: 관세발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고뇌

세계 경제의 방향키를 쥔 미국 연준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방정식 앞에 서 있다. 인플레이션은 정점을 지났지만 여전히 목표치(2%)를 웃돌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경제 성장은 둔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관세' 변수가 모든 것을 뒤흔들고 있다.

끈질긴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하의 '신중론'

연준은 2024년 하반기부터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하며 정책 기조를 완화로 전환했지만, 2025년 들어 그 속도는 현저히 느려졌다. 2025년 11월 기준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연 3%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연준이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 역시 2% 후반대에서 쉽게 내려오지 않고 있다. 클리블랜드 연준의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 모델은 2025년 4분기 CPI가 3.38%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며 물가 압력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데이터에 의존한 신중한 접근"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연준의 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내부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2024년 12월 회의록에 따르면, 다수 위원들이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 판단했지만 일부는 동결을 주장하며 인플레이션 재발 위험을 경고했다. 이러한 내부 분열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책 불확실성의 핵심: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2025년 미국 통화정책의 가장 큰 변수는 단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다. JP모건 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말 2.3%에 불과했던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은 2025년 8월 기준 15.8%까지 치솟았으며, 연말에는 18~2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수입품 가격을 직접적으로 인상시켜 소비자 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관세는 성장을 둔화시키기 전에 인플레이션을 먼저 끌어올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하는 올해 말까지 고용 유지보다는 인플레이션 억제에 더 신경 쓸 가능성이 높습니다."
- 마이클 게이픈, 모건스탠리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 (Morgan Stanley)

실제로 세인트루이스 연준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6~8월 사이 연율화된 PCE 인플레이션의 약 0.5%p가 관세에 의해 설명될 정도로 그 영향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관세는 물가를 자극하는 동시에 기업의 비용 부담을 늘리고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 둔화를 유발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내포한다. 이처럼 상충된 신호 속에서 연준은 섣불리 움직이기 어려운, 외줄타기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3. 유럽의 선택: 2% 목표 안착과 점진적 완화

미국이 안갯속을 헤매는 것과 달리, 유로존은 비교적 명확한 길을 걷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24년 6월 주요국 중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시작했으며, 이후 꾸준히 완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2025년 11월 기준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2.1%로 ECB의 목표치(2%)에 근접했으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6년과 2027년에도 물가가 2% 근방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유럽의 물가 안정이 상대적으로 순조로운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미국의 관세 정책이 유로존에는 수출 둔화와 수요 위축을 통해 오히려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JP모GAN은 미국의 관세가 다른 지역에 과잉 공급을 유발하여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팬데믹 이후 임금 상승 압력이 미국보다 완만하게 나타나면서 서비스 물가 상승세도 둔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ECB는 자신감 있게 금리 인하를 단행할 여력을 확보했다. 2023년 4%에 달했던 예금금리는 여러 차례의 인하를 거쳐 현재 2.00%까지 내려왔다. 모건스탠리는 ECB가 2025년 말까지 정책금리를 중립금리 이하인 1.50%까지 낮출 것으로 예상하며 추가적인 완화 정책을 전망했다. 물론 ECB 역시 "데이터에 기반한 회의별 접근"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미국과는 달리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가 가까워졌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4. 일본의 역사적 전환: '긴축'으로 향하는 BOJ

세계가 인플레이션 후유증을 앓는 동안, 일본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수십 년간의 디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끝내고 마침내 '물가가 오르는 경제'로의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행(BOJ)은 2024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하고 2025년 1월에는 기준금리를 0.5%까지 인상하며 통화정책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일본의 변화는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일본의 소비자물가상승률(신선식품 제외)은 2024년 중반 이후 2%를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2025년 12월에는 3.0%까지 상승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임금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2025년 12월 연설에서 "기업의 적극적인 임금 설정 행동이 지속될지 여부를 검토해야 할 단계"라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시장은 BOJ가 곧 추가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다수의 이코노미스트들은 BOJ가 2025년 12월 18-19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0.75%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미국, 유럽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행보다. BOJ의 긴축 전환은 글로벌 자금 흐름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동안 초저금리 엔화를 빌려 해외 고금리 자산에 투자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잠재적 요인으로 꼽힌다.

5. 한국의 균형 잡기: 거인들 사이에서의 신중한 행보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경제권의 통화정책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가운데, 한국은행(BOK)은 신중한 균형 잡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2025년 1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4%로, 목표 수준(2%)에 근접했지만 여전히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2025년과 2026년 물가상승률을 모두 2.1%로 전망하며, 물가 안정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은 2025년 5월 기준금리를 2.50%로 인하한 이후, 현재까지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여러 상충된 요인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 때문이다.

  • 미국과의 금리 격차: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경우, 한미 금리차가 확대되어 원화 가치 하락과 자본 유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수입 물가를 자극해 국내 인플레이션을 다시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 내수 경기: 수출 경기는 반도체 사이클 회복 등에 힘입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만, 고금리 장기화로 내수 회복은 더딘 상황이다. 섣부른 긴축은 내수 경기에 부담을 줄 수 있다.
  • 가계부채 문제: 여전히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는 금리 정책 결정에 있어 중요한 제약 요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적절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높은 불확실성을 감안해 민첩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대응을 주문했다. 결국 한국은행은 미국의 정책 방향, 국내 물가 및 경기 상황, 금융 안정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최적의 정책 시점과 속도를 저울질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6. 결론: 대분기 시대, 2026년을 향한 전망

2025년은 글로벌 통화정책이 '동기화된 긴축'에서 '각자도생의 분기'로 전환되는 역사적인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이러한 대분기 현상의 중심에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라는 강력한 비대칭적 충격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은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긴축의 끈을 쉽게 놓지 못하는 반면, 유럽과 여타 지역은 그 반작용으로 인한 수요 둔화로 오히려 완화적 정책을 펼칠 여유를 얻었다. 한편, 일본은 이들과 무관하게 자체적인 경제 구조 변화에 따라 긴축의 길로 들어섰다.

이러한 정책의 엇갈림은 2026년 세계 경제에 몇 가지 중요한 함의를 던진다.

  1. 환율 변동성 확대: 주요국 간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달러, 유로, 엔화 등 주요 통화의 가치 변동성이 커질 것이다. 이는 각국의 수출입 경쟁력과 기업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2. 자본 이동의 불확실성: BOJ의 긴축과 Fed의 신중론은 글로벌 자금 흐름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특히 신흥국들은 선진국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자본 유출입 변동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3. 성장 경로의 차별화: 통화정책과 무역 환경의 차이로 인해 국가별, 지역별 경제 성장률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모건스탠리는 2026년 미국 경제가 1% 성장에 그치는 반면, 인도는 6.4%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하며 이러한 차별화를 예고했다.

결론적으로, 세계 경제는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던 시대를 지나, 각자의 엔진과 핸들을 가진 여러 대의 차량이 각기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질주하는 복잡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앙은행들의 '대분기'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불확실성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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